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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5-08 15:11:00 입력
[건축사랑방] 27.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이상일 건축사 | 한솔 건축사사무소
이상일 건축사(simism@hanmail.net)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은 부산의 산복도로 조금 아래에 위치해서 멀리 영도다리가 하루에 두 번씩 들어 올려지고 그 아래로 당시로는 제법 큰 배들이 드나드는 것이 보이는 곳이었다. 집에는 꽤 넓은 마당에 아버지께서 가꾸시던 국화가 많이 피어 있었고, 대문을 열고 나가면 굽어진 골목길과 군데군데 넓은 공터가 있어, 그 골목길에서 나무로 만든 칼을 들고 전쟁놀이를 했고 넓은 공터에서는 작은 공으로 뛰어 다니고 동네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바다가 있어 고동을 줍기도 하고 물놀이를 하는 그 곳의 등대는 우리의 아지트였다.

‘어릴 적 그 골목길이 얼마나 변하였을까?’하는 궁금함이 어느 날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고 시간의 흐름만큼이나 공간의 스케일이 너무나 작아져 있음에 놀랐지만 부분적으로 필요에 따라 조금씩 넓어진 골목길과 조금 더 깨끗해진 그 곳은 어린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수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곳은 도시의 장소적 시간성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지금 건축을 하는 내겐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학창시절을 보낸 아파트단지는 왜 내 기억에서 희미하게 남아 있을까?

아마도 제각기 모양과 크기가 달라 골목길마다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 반면 집주인도 자신의 집이 헷갈리는 일률적인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러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기 어려워 이러한 결과가 있지 않을까? 

얼마 전 사무소가 위치한 대연동 일대가 재개발구역 지정 후 건설사 선정과정에서 시끌벅적한 때가 있었다. 여기뿐만이 아니라 부산시내 아니 전국이 재개발의 혼란 속에 있는 듯 하다. 현재 부산시만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100여 곳에 이르고 지정되지 않은 곳을 포함하면 300여 곳에 이른다고 하니 그 숫자에 놀라지 않을 수 없고, 이런 문제에 너무나 조용한 관계 건축인에 더욱 더 놀란다.

재개발 관련법이 재정될 당시 웬만큼은 예상 했겠지만 산업인구가 해마다 줄어들고 지역의 경제력이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는 부산에서 이렇게 많은 고층 아파트군이 건설될 경우 과잉공급의 문제가 발생됨은 쉽게 예측될 수 있다.

물론 300여 곳 모두가 재개발구역을 지정되지는 않으리라 본다. 일부에서는 절반 이상도 지정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지정되지 않은 곳의 정신적 경제적 손실은 얼마나 클 것이며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곳도 대형건설사의 치밀한 수익분석으로 진향을 포기한 곳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한다.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체의 건축행위가 불가능하다. 알다시피 재개발은 규모가 크다보니 적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주민들의 불편은 오죽할 것이며 불법 또는 위법건축물은 또 하나의 환경저해 요소로 수년간 도시를 망치게 될 것이다.

더욱이 도시의 환경보다는 자사의 이익과 입주민의 편리함만 우선시하는 대기업 건설회사는 도시의 스카이라인과는 관계없는 고층아파트로 간단한 심의만 통과하여 백여 곳이 훨씬 넘는 곳에 고층 아파트군을 건설 한다면 그 휴유증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소득이 3만불이 넘으면 주거선호도가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다시 바뀐다고 한다.

아마도 현재 지정된 재개발구역이 진행되어 분양시점이면 그 시대가 되지 않을까?

부산시 홈페이지에 주택국 정비사업현황을 보면 부산시내 주택재개발, 재건축,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대해 상세히 지도상에 표기 되어 있다. 위에서 얘기한 문제점을 생각하면서 그 지도를 보면 지역의 수나 규모에 다시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무소에 건축문의를 해 오는 재개발지역의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더욱 더 황당하다.

주민들은 재개발이 시행되면 보상을 받거나 입주권을 받아 가까운 시일 내 부자가 된다고들 생각하고 있다. 대형 건설회사들이 얼마나 홍보를 잘 했는지는 모르지만 내 시각으로는 현재 분양가가 너무나 많이 올라 대부분의 영세한 재개발지역의 주민은 많은 추가 금액을 더 부담해야 적은 평수로 입주가 가능해 결국은 타 지역으로 이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타지역 또한 그 보상금으로도 현재의 여건보다 월등히 좋은 조건의 환경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재개발로 인해서 누가 좋아지는가?

늦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지 않는가? 다시 한번 되돌아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재개발이 지정된 곳은 도시환경을 신중히 생각해야 될 것이며 진행이 되지 않는 지역은 지정폐지를 통하여 주민의 자유로운 건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고도차가 심한 부산의 특성을 잘 살려 높은 지역과 해안지역은 저층형 고급 주택으로 준주거지역의 경우 중층형 타운 하우스와 상업지역은 부분적으로 고층이 자리해 다양한 주거형태로 도시경관에 다양성을 도입할 필요성을 느낀다.

도시는 살아 꿈틀거리는 생명체다.

새벽의 도시, 아침의 도시, 한낮의 도시, 저녁의 도시, 밤의 도시로 시간 시간 변화하고 성장하는 도시가 경제성의 억압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상실 한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태도시인 브라질의 꾸리찌바시는 경제성이 우선이 아니고 인간이 중심이 되었기에 생태도시의 세계적 모델이 되었음은 이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부산과 비슷한 크기의 도시에 지하철을 채택하지 않고 이중굴절 버스라는 아이디어로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어릴 때부터 자연의 소중함을 의무교육으로 채택하며 도시는 함께 살아감을 소중히 체험한다고 한다.

얼마 전 서울 시장이었던 이명박 의원이 꾸리찌바시를 성공적인 도시로 이끌었던 당시 시장인 네르너 시장을 서울로 초청해 자문을 구했고 지금의 버스 환승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종교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이 세상은 내 것이 아니고 삶의 기간 동안에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다. 우리의 자식들에게 물려줄 이 도시를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인간이 제일 중심에 있는 도시로 만들 수가 없을까?


▲ 이상일 건축사
▲ 물금물문화관
필자소개

이상일 건축사는 부경대학교 건축학부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한솔 건축사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다. 동명대학교 실내건축과 겸임교수로 활동하면서 대표작으로는 △수성초등학교 △다대중학교 체육관 △양산중앙빌딩 △물금물문화관 등이 있다. 사진은 지난해 「제4회 양산건축문화대상」 장려, 「2006 부산건축대전 완공건축물부문」 등에 당선된바 있는 물금물문화관.

 


릴레이칼럼 스물여덟번째 주자 노지화 교수 | 부경대학교 건축학부

 

건국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국내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이후 일본 요코하마 국립대에서 노인복지시설 관련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세계적 건축사사무소인 니켄 세케이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이 쌓은 부산의 소중한 재원이다. 도자기와 첼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노년학회 및 색채학회 등에서 많은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어로 전문서적 「복지심리를 위한 SPSS 통계처리」를 출판할 정도로 욕심이 많은 멋있는 후배 노지화 교수를 다음 주자로 추천한다.

2007-05-08 15:11:00 수정 이상일 건축사(simis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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